"정말 오랜만에 돈 버는 의료기기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한 의료기기 관계자는 플라즈맵을 이렇게 평가했다. 실제로 플라즈맵은 국내 의료기기 스타트업 중에서 단연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기업이다. 매년 전년도 매출액을 뛰어넘는 성장을 기록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지난해 총 매출액을 뛰어넘는 성과를 달성했다. 누적 계약 금액은 1400억원 이상이다. 지난 4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 후 단 한 번에 심사를 통과한데 이어 최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오는 10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임유봉 플라즈맵 대표. 사진=박정렬 기자
◆진공 파우치 이용해 빠르고 안전한 멸균 완성
임유봉 플라즈맵 대표는 카이스트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퍼듀대를 거쳐 LG, 한화와 같은 대기업에서 태양광 플라즈마 장비 등을 연구하다 다시 모교로 돌아와 학업에 뛰어든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가 2015년 카이스트 물리학과 실험실에서 1인 창업한 플라즈맵은 핵융합, 인공위성, 반도체 등에 쓰는 플라즈마 기술을 의료 산업에 접목한 신생 벤처다. 저온 플라즈마 멸균기인 '스터링크'(STERLINK)와 표면 활성 처리기 '액티링크'(ACTILINK)를 주력 제품으로 갖추고 있다.
스터링크는 55도 이하 저온에서 7분 만에 멸균을 끝마치는 제품이다. 열과 습기에 약한 의료기구도 문제없고 멸균 시간도 기존 방식(1시간)보다 훨씬 짧다. 약 70kg 정도로 크기가 작아 이동 편의성도 높다. 2021년 비(非) 미국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획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사실 의료용 플라즈마 멸균기는 플라즈마로 직접 균을 죽이는 방식이 아니다. 그러기엔 플라즈마 장비의 설치, 유지, 보수에 수 억원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 멸균은 과산화수소 기체를 이용해 진공 상태에서 수행하고, 남은 유독성의 과산화수소 기체를 플라즈마를 통해 수증기와 산소로 바꿔 안전히 제거하는 게 플라즈마 멸균기의 원리다.
플라즈맵의 스터링크는 애초 종합·대학병원이 아닌 소규모 일반 병의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플라즈마 멸균기 제작을 고민했다. 플라즈마 멸균기의 문턱을 낮추면서 상업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
플라즈맵의 '스터팩' 사진=박정렬 기자
이를 위해 수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탄생한 제품이 바로 스터링크에 사용하는 진공 파우치 '스터팩'이다.
일반적인 플라즈마 멸균기는 촘촘한 구멍이 난 파우치에 가위·칼 등 의료장비를 넣고 과산화수소 기체를 여기로 스며들게 해 균을 제거한다. 반면 스터링크는 과산화수소 캡슐이 설치된 스터팩에 의료장비를 넣어 진공 상태에서 각각 따로 멸균한다.
단순한 차이 같지만, 이를 통해 플라즈맵은 멸균과 경비 절감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첫째, 스터팩 각각 진공 상태로 만든 후 과산화수소를 직접 분사하면 기화, 확산이 원활하게 이뤄져 의료 장비 구석구석까지 효과적인 멸균이 가능하다. 집 안 전체에 공기 청정기를 돌리는 것보다 안방, 작은방 각각 공기청정기를 돌리면 청정 효과가 훨씬 커지는 것과 같다. 멸균 후에도 진공 상태가 유지돼 재감염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둘째, 스터팩 하나하나가 플라즈마 발생 '소스'로 작용해 반복적인 플라즈마 생성으로 인한 장비의 고장, 오류 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다. 소모품인 파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일정한 수준의 플라즈마를 띄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직분사 파우치 방식의 플라즈마 멸균은 플라즈맵이 세계 최초로 고안한 방식이다.
임 대표는 "별도의 가스 사용 없이 진공 조건에서 압력을 조절해 플라즈마를 생성하는 것도 플라즈맵의 차별화된 기술력"이라며 "플라즈마 장비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낮춰 기술 저변화를 이룬 것이 스터링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플라즈맵의 엑티링크(사진 오른쪽)과 스터링크. 사진=박정렬 기자
TIP. 제4의 상태 '플라즈마'란?
인간을 둘러싼 자연은 고체, 액체, 기체 그리고 플라즈마로 이뤄져 있다. 플라즈마는 이온화된 기체로, 원자를 구성하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의 기체를 말한다.
플라즈마는 번개, 오로라 등 자연 현상을 비롯해 일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형광등, 네온사인이 대표적이다. 형광등과 네온사인 내부에는 기체가 들어있는데, 여기에 전기를 연결하면 전기 에너지가 각 조명장치 속 기체와 충돌해 플라즈마 상태가 만들어진다. 이런 플라즈마 입자가 내부의 형광 물질과 반응해 빛을 발산한다.
원자와 전자가 떨어진 상태인 플라즈마는 고체, 액체, 기체와 비교해 에너지가 높고 그런 만큼 불안정하다. 안정적인 상태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물리적, 화학적인 변화가 쉽게 일어난다. 이온화 된 기체인 만큼 전기를 이용해 안정적이고 정밀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특징도 있다.
◆임플란트 불순물 90% 이상 제거, 생착률 높여
플라즈맵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인 '액티링크'는 생착률이 관건인 임플란트 표면의 불순물을 없애는 장치다. 액티링크에 제품을 결합한 후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들고 플라즈마를 활용해 표면 불순물을 직접 제거한다.
임 대표는 "임플란트가 전극 역할을 수행하며 플라즈마와 직접 반응한다"며 "이때 플라즈마로 인해 제품에 착색이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최적의 시간, 압력을 설정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플라즈맵의 액티링크는 지난해 출시된 후 '임플란트의 오랜 숙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에만 메가젠임플란트, 코렌텍과 각각 400억원, 50억원 규모의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관련 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미세한 크기의 임플란트는 표면의 불순물을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어 UV, 감마선을 쐬 불순물을 제거하지만, 오히려 이런 고에너지 빔이 포장지를 투과하는 과정에 탄소 불순물이 생겨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불순물 제거 효율이 30~60%에 불과해 아무리 좋은 재료, 디자인을 접목해도 생착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따랐다.
반면 플라즈맵에 따르면 액티링크를 사용할 시 1분 만에 임플란트 표면 불순물을 최대 90%까지 제거할 수 있다. 액티링크의 실사용자인 한 치과 의사는 플라즈맵에 "액티링크 사용 후 임플란트를 식립하면 혈액이 제품을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며 신기해했다고 한다.
환자, 의사뿐 아니라 임플란트 제조 업체도 불순물 처리 공정에 드는 인력, 시설 비용을 재료, 디자인으로 돌릴 수 있으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플라즈맵에 국내외 기업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플라즈맵은 서울 강남 한복판인 신논현역 인근에 1층 쇼룸을 열고 스터링크와 액티링크를 전시하고 있다. 병의원이 밀집한 곳인 만큼 치과, 정형외과 의사들이 편히 오가며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진=박정렬 기자
◆10월 상장...정형·성형외과 등 사업 범위 확대
플라즈맵은 소모품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핵심 기술에 170여건의 특허 출원과 미국 FDA를 포함한 총 43건의 글로벌 의료기기 인증을 취득하며 진입 장벽을 형성했다. 국내 대기업과의 협업과 미국, 일본, 유럽 등 55여개국 진출을 이뤄내며 매출액은 2019년 25억원에서 지난해 6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스터링크의 경우 미국 FDA 인증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액티링크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에만 메가젠임플란트, 코렌텍, 원데이바이오텍, 덴탈오케이, 바이오템 등 임플란트 제조사와 공급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임유봉 대표는 "임플란트를 비롯해 인공관절과 같은 정형외과 의료기기 제작 업체, 피부이식 등 성형외과 장비 업체를 포함해 다수의 국내외 기업과의 협력을 논의하는 중"이라며 "제품마다 넣은 '링크'(link)의 가치를 기억하며 전체 진료과를 모두 아우르는 바이오 플라즈마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출처 : 매경헬스 ( www.mkhealth.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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